변대용, 배남주 展

2017-04-06 - 05-18

Review


갤러리 래는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 현실로 다가오지 않지만 존재하는 사실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현실에서 볼 수 없지만 작가가 상상하거나 혹은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세계에 대한 작업을 소개하는 전시를 진행한다.

변대용 작가는 매끄러운 표면과 단순한 형태로 섬세하게 작품을 완성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은, 그의 담백하면서도 귀여운 곡선미가 대표적인 아이스크림과 함께 하는 곰으로써, 사랑스러운 파스텔 톤의 색채 및 형태와는 반대로, 우리 사회의 그늘진 면을 사유하게 하는 현실비판적 시각이 스며들어 있다. 지구온난화로 멸종위기에 처한 북극곰. 작가의 세계에서 그는 아이스크림으로 곰을 위로하고, 사람과 동행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시각적으로 따뜻하고 예쁜 작품이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곧 우리에게까지 전해질 위기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오히려 보는 이들에게는 예쁜 만큼 가슴 시리고 무섭게 다가온다.

배남주작가는 ‘중간세계’를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작가는 행복과 불행, 차가움과 뜨거움 등 정확한 어느 지점이 아닌 불확실하고 규정할 수 없는 곳에서 안정과 자유를 느낀다. 그의 작품을 들여다 보면, 색채의 화려함, 신비함과 같은 아름다움과 함께 공허, 불안, 공포와 같은 미적 경험이 동반된다. 이러한 것들이 영화의 스틸 컷처럼 보는 이들의 머릿 속에 각인되는 강력한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뿔이 강조된 사슴, 고양이 등을 매개체로 자연과 교감하며 중간세계를 건설하는 작가는 그의 세계를 관객들과 공유하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보지 못했던 실존하는 현실이 숨어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번 전시는 자칫 피상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내밀하게 삶을 통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